W. 빝 Beatrix
2년 6개월인지 8개월인지, 얼추 3년 가까운 감방 생활을 마치고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는 세단에 몸을 싣는다. 고생 많으셨다, 며 담뱃불에 불을 붙여주는 녀석은 3년 전 그날 남의 피를 몸에 묻히고 덜덜 떨던 앳된 아이다. 이제 제법 눈빛이 형형해진 아이는 대표님이 형님을 많이 기다리셨다,고 덧붙인다. 당연히 기다리셔야지. 그날의 죄를 모두 짊어지기로 했던 영웅은 (모두가 대표라고 부르는)형님과 조직의 근황을 듣다가 어느 순간 감고 있던 눈을 뜬다.
"그, 대표님이..애 하나를 펜트하우스에다가 들어앉히셔서.. 형님 들어가신 지 얼마 안 돼서요."
"여자? 이거?"
새끼손가락을 펴 보이는 영웅에게 영 색다른 답이 돌아온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사내새낍니더. 스물 일곱 살이랬나.
"찬원아. 너도 머리에 피도 안 말랐다."
아 맞습니까. 그동안 못 볼 꼴을 많이 봤어야 했을 찬원의 눈웃음만큼은 여전해서 영웅은 조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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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자리를 하나 마련해놨다. 일은 바로 시작해도 되고, 좀 쉬어도 되고. 짐은 너 원하는 곳에 풀어라."
"형님 사는 건물에 빈 방 하나만 주시면 돼요. 옛날에 형님 집에서 방 내주셨던 것처럼요. 형님 부르시면 바로바로 움직일 수도 있고요."
"영웅아."
"네. 민호 형."
"내가 너 고생 많이 시켰다. 미안하다. 고맙고."
오랜만에 고급 양주를 머리 끝까지 부은 몸은 멀쩡할 리가 없다. 좁은 감방에서 지내던 시야는 잠시 높은 층고와 창 밖의 풍경에 어리둥절하다. 아마 민호의 펜트하우스일 것이다. 어제 대화가 어디서 끝났더라, 당분간은 좀 쉬다 복귀하겠습니다, 민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 동생 찾으러 가니?
그 동생.
영웅은 황급히 수트 자켓 안주머니를 뒤진다. 계획대로였다면 '그 동생'의 손가락에 끼워져야 했을 싸구려 반지가 손에 잡힌다.
비익조比翼鳥
영웅의 복귀가 꽤나 큰 사건인지 오랜만에 들른 사무실은 사람으로 북적거린다. 좀 쉬겠다고는 했지만 현황 파악도 필요했고, 영웅 스스로도 본인의 존재감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대표님을 대신해 모든 것을 희생한 전설의 형님' 까진 아니더라도 앞으로의 행보를 위해서 마냥 누워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형님 오셨습니까!"
찬원이 반갑게 영웅을 맞이하자 다른 조직원들도 기다렸다는 듯 우렁찬 인사가 돌아온다. 그래 뭐, 다들 건강해보이네. 형님 거처는 벌써 정하신 겁니까?
"당분간은 민호 형님... 대표님 계신 곳에서 있다가, 사회 적응 좀 해야지. 오랜만에 비싼 술 마셨더니 죽겠다 야."
"그럼 그 애기도 보셨습니까?"
"애기? 그 대표님 이거?"
"아 학교 다닌다 했었나... 같은 건물에 계시면 곧 보시겠네예."
학교까지 보내줬다고? 단순한 '이거'는 아닌 모양이네. 새로 들어온 인원과 그간의 이야기를 찬원에게 모두 전해들은 영웅은 여적 두통으로 남아있는 숙취를 씻어내러 숙소로 발길을 돌리기로 한다. 가슴 아래께, 오른쪽 흉통에 손바닥만하게 새겨진 날개 문신을 만지작거리며 영웅은 앞으로의 플랜을 대강이나마 정리한다.
1. 김희재를 찾는다.
1-1. 김희재가 아직 그 동네에 남아있을 지는 모른다.
1-2. 김희재가 일하던 곳에는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다.
2. 김희재를 찾아서, 그간의 사정을 설명한다.
2-1. 김희재는 매우 화가 나 있을 것이다.
2-2. 아니면 영웅 자신을 아예 잊어버렸...그럴 일은 없다.
3. 눈물의 재회가 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다시 2로 돌아가 김희재는 매우 화가 나 있을 것이 분명하다.
4. 김희재를 데리고 온다.
5. 김희재와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다.
민호의 비서가 준비했을 편안한 티셔츠와 청바지로 갈아입은 영웅은 평범한 서른 한 살 청년이다. 누가 본다면 그저 운동을 열심히 하는가보다, 싶은 서글서글한 청년에 불과할 것이다. 희재를 찾으러... 그 동네는 오랜만에 가네. 잠시 아련해지려는 영웅이 복도 코너를 도는 찰나 어깨에 누군가가 세게 와서 부딫힌다.
"오메메!"
작은 머리통이 급하게 바닥에 흩어진 책들을 줍는다.
영웅은 줍는 것을 도와주지 않는다.
멀쩡히 서서, 작은 머리통의 주인이 바쁘게 책을 줍는 것을 바라보기만 한다.
"아니 가만히 있지 말고 저 좀 도와주면 안 돼..."
열심히 주워졌던 책들은 다시 바닥에 와르르 쏟아진다. 이..임영웅, 작은 머리통의 주인이 작게 내뱉은 목소리는 최대의 볼륨이 되어 온 복도에 울려퍼진다.
"너 왜 여기 있어!!!!!!!!!!!!!!"
영웅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주는 희재의 손을 붙잡고 그대로 방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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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처음으로 칼빵을 맞아봤을 때 그 아득했던(아 이제 죽는구나 했었던) 기분인 것 같기도 하고, 아까 열심히 세워두었던 1~5번 플랜이 모두 어그러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희재의 말대로 왜 서로가 여기서 만나야 하는지도 이해가 안 되고, 무엇보다 3년을 그리워했던 희재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눈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김희재는 매우 화가 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맞췄네.
"왜? 왜 여기 있어? 아니 너 어디 있었어? 진짜 어디가서 뒤진 줄 알았잖아! 왜 연락 안 했어? 왜 갑자기 사라졌어?"
"희재야."
예전에 그랬듯 깊게 희재를 끌어안은 영웅은 뭐라 할 말이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하지, 그 전에 우선 너무나 그리웠던 희재를 먼저 품에 담고...
"아니 이 미친 새끼야 이거 놔 봐! 지금 그런 아련을 떨 때가 아니라니까?"
정말 넌 하나도 안 변했구나. 광기의 편의점 야간알바 김희재. 아무리 술이 취한 개저씨라도 야간알바 김희재 앞에선 순한 양으로 교화되곤 했었지... 품 안에서 퍼덕거리는 희재를 애써 붙잡고 영웅은 둘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야 넌 기집애냐 사내새끼냐 팔이 존나 하얗다... 뭐야 이 양아치 새끼야. 니나 나나 피는 빨간 색인데 한번 확인해볼래? 정리하고 있던 소주병을 바닥에 내리치는 희재의 얼굴이 참 예뻤던 것으로 기억하는 것으로 보아 영웅은 아직도 자신이 희재를 깊게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겨우 서로의 감정을 진정시키고 자초지종을 듣는다. 너는, 왜 여기에 있니?
집이 망했어, 울 아부지가 그렇지. 짐작은 했는데 사채빚이 진짜 어마어마하더라. 형 기억하지 우리 아부지?
기억을 못 할 리가 없다. 희재를 학교도 못 가게, 죽어라 돈만 벌게 만들었던 원흉이다. 얼굴에 피곤을 잔뜩 매달고 온 희재가 나즈막이 했던 말을 기억한다. 형, 내가 왜 하나님을 믿는 줄 알아? 저 인간 좀 데려가라고.. 가능하면 내일이라도 데려가라고 기도하잖아. 저 인간만 아니면 나도 남들처럼 공부도 하고 대학교도 다니고 미팅도 하고 회사도 다닐 수 있지 않았을까? 나 머리 좋은데. 꼭 하나님이 아니더라도 누가 저 인간 없애주면 난 진짜 그 사람 하나님처럼 모실거야. 평생.
"형은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졌지, 그 인간도 빚만 내 앞으로 남겨놓고 없어졌지, 편의점 앞에 맨날 시커먼 새끼들이 줄치고 서있으니까 알바도 잘렸지. 진짜 죽고 싶더라."
"미안해."
"근데 하나님이 있긴 있더라."
희재가 지갑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보여준다. 대학교 학생증이다. OO대학교 법과대학 학생이 된 희재의 얼굴엔 이제 피곤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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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매일 찾아오던 그 시커먼 남자들이 아니다. 오늘은 키가 큰, 키가 커서 소화할 수 있는 롱코트를 입은 남자가 집(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안에 홀로 서 있다.
"빚은 바로 못 갚는다고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알바 계속 구하고 있으니까...저 아저씨, 혹시... 저 데려가려고 오셨어요? 저 팔리는 거예요?"
공포감이 극에 달하면 모든 논리가 다 사라지는건지 희재는 되는 대로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아무말이나 내뱉는다. 결국 빚을 고스란히 끌어안게 된 자신이 어디론가 팔려가서 평생 고기를 잡거나 고기를 못 잡으면 자기가 잡혀서 회가 쳐 지거나 영화에 나왔던 것처럼 시멘트에 몸을 담그게 되거나...희재는 결국 눈물을 가득 매달고 무릎을 꿇는다. 아저씨, 저 죽어요?
그제서야 뒤돌아 희재를 내려다보던 남자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연다. 무섭게도 자신도 무릎을 굽혀서 희재와 눈을 맞춘 채로, 투박한 손으로 희재의 눈물젖은 뺨을 닦아주며 말한다.
"팔긴 팔았어요."
"..뭘..요?"
"우리 고객이요. 손해는 좀 봤는데, 해결은 됐어요."
"...아버지요?"
"희재 씨는 자유예요."
하나님은 하늘 위가 아니라 희재의 눈 앞에 있었다. 고급 롱코트를 걸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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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나 잘했죠?]
희재는 이번 학기도 수석을 차지했다. 전체 성적이 캡쳐된 화면을 보내온 희재의 메시지에 민호는 잘 했어, 세 글자를 보내놓고 뒤에 급하게 텍스트 두개를 더 추가한다.
[^^]
대표님, 애매하게 됐습니다. 그 '애매한 일'의 자초지종은 뻔한 일이다. 사채빚을 어린 아들놈에게 모두 밀어놓은 채로 사라진 인간같지도 않은 애비. 이런 경우 안타깝지만 남은 사람이 고생을 해 줘야 세상의 이치가 순탄하게 돌아가는 법이다, 라고 민호는 생각했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던 부하가 내민 사진 몇 장 속의 어린 애를 보기 전까지는.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애를 세상의 이치를 바로 맞추는 수단으로 쓰기에는 퍽 안타깝다는 마음이 앞선다.
아저씨, 저 죽어요?
아뇨, 희재 씨는 자유예요.
아저씨, 그럼 저 좀 살려주세요.
깜빡거리는 형광등 조명 아래에서 울고 있던 아이의 얼굴이 참 아름다웠다. 그렇다면 웃는 얼굴은 얼마나 더 아름다울 지 궁금하다고, 민호는 난생 처음으로 누군가를 제 옆에 두고싶다는 욕심을 부리기로 한다. 살려달라고 손을 내미는 아이의 손을 선뜻 붙잡는다. 어떻게 하면 네 웃는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학교에 가고싶다는 희재에게 과외선생을 붙인다. 자세한 건 묻지 마시고, 애를 대학에 보내세요. 명령에 가까운 부탁에 과외선생은 최선을 다 한다. 물론 희재에게 사적인 만남을 요청하거나 사적인 메시지 같은 것을 보내지 않았다면 과외선생은 더 오래 희재를 가르칠 수 있었을 것이다. 애를 대학에 보내라고 했지 번화가에서 술을 사주라고는 안 했잖습니까? 다음 날부터 오지 않는 과외선생을 궁금해하는 희재에게 민호는 답한다.
이제 너 혼자서도 충분히 해 낼 수 있어. 희재야, 앞으로 아저씨를 도와줄래? 너에게 거는 기대가 커.
착한 아이는 그러겠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는 민호에게 답싹 안긴다. 아저씨, 아저씨는 내 은인이예요. 아저씨를 위해서는 뭐든 할거예요. 희재를 끌어안고 있는 거울 속의 자신과 눈이 마주친 민호는 얼른 눈 속의 욕정을 지운다.
[아저씨 그러면 저 맛있는 거 사주세요!]
[그래. 말만 해.]
[소고기 사주세요!]
[그래. 집에서 보자.]
희재야, 널 위해서 사람도 잡았는데, 소는 못 잡겠니? 집으로 오고 있는 희재의 GPS 동선을 확인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민호는 사무실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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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다리 아저씨 같은 거야. 잘 해 주셔. 나 살도 좀 쪘어."
"그래. 예뻐졌네."
"내 얘기는 여기까지가 끝이고, 그래서 형은 그동안 어디 있었어?"
"감방에. 3년 동안."
"...3년?"
희재는 잠시 학교에서 배웠던 판례들을 머릿속으로 훑어본다. 이 나라에서 3년이나 감옥에 가 있으려면 무슨 죄를 저질러야 할까. 그래도 영웅을 위해 가능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유지하기로 한다.
"너 하는 거 보면 평범한 동네 양아치일거라고는 생각 안 했어. 너 오는 날이면 편의점에 개저씨들이 얼씬도 안 했었다? 그거 알아?"
"너한테 말하고 갈 새가 없었어. 너무 급했고, 너만큼이나 나한테도 민호 형은 소중한 사람이고..."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까, 영웅은 우선 결론부터 말하기로 한다.
"희재야. 너 여기 있으면 안 돼."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 형, 나도 알아.
"나, 형한테 피비린내 나는 거 소름끼치게 싫었었어. 근데 내가 조금만 참으면 형이 밤새 나 사랑해주고 예뻐해주는 게 너무 좋았어. 아저씨도 보통 사람 아닌 거 알아. 우리 아버지 어떻게 됐을 지도 알고, 내가 무슨 돈으로 무슨 댓가로 이렇게 편하게 대학생 행세 하면서 편하게 지내고 있는지도 알아. 형, 나 바보 아니야."
형, 너무 보고싶었는데, 너무 늦었다. 왜 이제 왔어?
아저씨한테는 우선 아무 말도 하지 말자. 방법을 좀 찾아보자 형.. 희재는 벌개지려고 하는 자신의 눈가를 톡톡, 정리하고는 가방을 챙겨 방을 나선다. 너무 늦어버린 주제에 또 다른 방법까지 찾아야 하는 영웅은 희재가 참았던 울음까지 대신 좀 울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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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거 드시러 가나보네요?"
"네."
"저도 소고기 좋아하는데 부럽습니다~"
"제가 소고기 먹으러 가는 게 그쪽한테 재밌는 일이예요?"
"가시나처럼 군다 진짜 피곤하구로..."
"니 내 만만하게 보지 마라. 니 쫄인거 내 모를 줄 아나?"
안그래도 제가 이 사람들에게 웃음거리인 것을 아는 희재는 가장 어려 보이는 찬원마저 자신을 가볍게 보는 것이 영 자존심이 상했다. 가뜩이나 영웅이 나타나 머리가 아픈 상황에서 자신이 무슨 취급을 받고 있는지 가늠은 하고 있지만 스스로를 먼저 낮출 필요는 없기에 가볍게 대거리를 했는데, 받아쳐야 할 찬원이 조용해지자 막상 살짝 쫄아버린 것은 희재다.
"와..거 사투리 어떻게 고쳤어요? 울산 사람 맞죠? 진짜 서울 깍쟁이가 따로없다 와"
"서울에서 오래 살았으니까요."
대표님한테 소고기 사주라고 할게요. 그리고 사투리 굳이 뭣하러 고쳐요. 대구는 가뜩이나 억양도 센데. 다다다 내뱉고 차에서 내려 식당으로 들어가는 희재가 새로워 찬원은 조금 웃는다. 저거 여시다 여시. 형님들밖에 없어 지루했던 차에 동향의 또래(그리고 정말 만만찮은)가 나타날 줄이야. 그런데 쟤는 어쩌다 대표님 '이거'가 됐대. 찬원은 희재가 걸어올라간 계단을 한참 쳐다보다 차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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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찾는 일은 어떻게 됐니?"
"아, 그게, 잘 살고 있다고... 굳이 제가 나타날 필요는 없을 것 같아가지고요"
"그래. 무슨 말인지 알어. 그래서 떳떳한 일 하게 해주려고 그러는거고. 오늘 영웅이 너한테 소개해 줄 사람이 있는데, 저기 오네. 희재야, 와서 앉아."
딱 3일만에 만난 희재는 늦잠을 잤는지 살짝 부어있다. 아침마다 붓는 건 여전한가보네. 너는 왜 아침마다 찹쌀떡이 되냐,고 놀렸던 그 시절이 생각나 영웅은 자신도 모르게 조금 웃고..울고 싶어진다.
"아저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너는 내가 무슨 아빠니? 여기.. 임영웅 이사한테 인사해. 그동안 다른 쪽에 있느라 한국..에 없었는데. 내 친동생보다 더 소중한 동생이야. 앞으로 자주 볼 수도 있고."
한국에 없었다고요? 제가요? 영웅은 뜨악한 얼굴로 잠시 민호를 쳐다본다. 그것도 하필이면 희재 앞에서. 안녕하세요 이사님, 가볍게 목례를 한 희재가 영웅에게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이사님, 영어 잘 하시겠네요?"
"아-뇨 저는 아시아 쪽을..."
"네. 관상에 영어는 없어 보이세요."
서글프지만 사실이라 한참을 웃던 민호가 눈물까지 매단 채로 희재를 영웅에게 소개한다. 희재는, 내가 앞으로 우리 법무팀 에이스로 키우려고 해. 내가 얘한테 투자 많이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많이 할 거고."
민호의 마지막 한 마디가 의미심장해서 영웅은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을 한 두 숟갈도 못 뜬다. 민호가 허투루 사람을 들였을 리는 없다. 정말로 저에게 도움이 되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지금까지는) 그 둘 다의 교집합에 있는 영웅은 민호가 희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선 알아내기로 한다.
"형님, 잠깐 괜찮으세요?"
"어어, 너 근데 왜 아까 밥을 그렇게 못 먹었냐? 바깥 밥은 아직 적응이 안 돼?"
"희재라는 애, 충분히 알아보고 들이신 거 맞죠?"
영웅은 민호의 눈을 쳐다보지 못한다. 늘 웃는 얼굴 뒤로 숨겨진 민호의 본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탓이다. 본인이 가진 것, 가져야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너지는 것을 민호는 참지 않는다. 그 상대가 누구건 자신의 세계를 망가뜨리려고 하는 존재는 칼같이 쳐내왔던 것을 영웅은 바로 옆에서 봐 왔기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영웅은 민호의 눈을 쳐다보지 못한다. 민호의 진심을 확인하게 될까봐.
"배신은 안 할 애야. 나한테 빚진 게 많다고 생각하겠지."
"..예. 형님 생각이 그러시다면"
"내가 오히려 희재한테 빚진 게 많아"
"예?"
"두고두고 내 옆에서 웃는 얼굴로 있어 줬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희재에게 자유를 줬지만 반대로 자유를 없앤 것 같기도 해. 애는 모르겠지만. 갇혀 있잖아. 여기에."
앞으로 애 잘 챙겨줘. 부탁한다. 영웅은 차마 예, 라고 대답은 못 하고 고개만 끄덕이고 나온다. 희재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영웅을 미치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디로 갈 것인지? 자신이 안전하게 희재를 이 곳에서 벗어나게 해 줄 수도 없는 일이다. 벗어나게 해 준다니, 대체 무엇으로부터 희재를 벗어나게 해 준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안전하고 편안한 삶, 평범한 대학생, (겉으로는)유능한 직원으로 남부럽지 않은 삶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이 진정으로 희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인지 오히려 과거의 그 구질구질한 편의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일인지, 그 전에,
희재는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장민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김희재를, 그것도 절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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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로 희재도 영웅을 만날 일은 없다. 분명 같은 건물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정말 이사님이라 일이 바쁜 건지, 의도적으로 자신을 피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여름방학은 시작됐지만 딱히 할 일도 없어 희재는 온종일 생각하는 것을 하루 일과로 삼는다. 가끔 민호와 식사를 하거나 쇼핑을 하러 가거나 하는 일이 전부다. 희재의 말동무는 오직 자신을 차로 데려다주는 찬원 뿐이다.
"그래서 소고기 먹었어?"
"어. 진짜 형이 대표님한테 말했어?"
"직접 뭐 사주라고 한 건 아닌데."
서글서글한 찬원은 어느새 희재와 말을 놓고 편하게 지낸다. 눈치가 있어 민호 앞에서는 희재에게 깍듯하게 예를 차리면서도 그 공간에서 유일하게 또래인 둘은 나누는 이야기가 많아진다. 노래를 잘 해서 동네 노래자랑에도 자주 나갔었고, 가끔 형님들 앞에서 노래하면 용돈도 쏠쏠하게 주신다, 요즘 대학생들은 뭐 하고 노는지 궁금하다, 이어지는 찬원의 말에 희재가 대답한다.
"놀러갈래? 나 방학이라 할 일도 없는데. 너 바빠?"
"놀러가자고? 어디로?"
"뭐..옷 사러 갈래?"
"형, 근데 나 형이랑 그래도 돼? 대표님한테 허락받아야 하지 않아?"
"내 일을 왜 아저씨..아니 대표님한테 허락받아?"
"형은..대표님 이거..아니 애인이잖아."
"내가?"
"그러니까 대표님이 형 학교도 보내주고 먹여주고 입혀주고 하는 거잖아..."
"..찬원아. 우리 놀러가자. 내가 다 커버칠게. 응?"
별 생각없이 그래 그럼, 했던 일은 생각보다 큰 일이 되어 둘에게 몰아친다.
평소같았으면 매번 행선지를 보고했을 희재에게 연락이 없다. 가만히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민호는 GPS 어플을 한참을 들여다보다 어느 쇼핑몰에 찍혀있는 희재의 흔적에 어지러움을 느낀다. 어느 순간, 희재가 날아가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미치자 민호는 자신이 너무 안일했음을 깨닫는다. 이렇게 쉽게 아이를 놓칠 수는 없는 일이다.
"김 부장, 찬원이 소재 파악해서 올려보내. 지금 바로."
30분도 안 돼 찬원이 민호의 앞에 무릎꿇려진다. 사색이 된 찬원은 민호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찬원아, 김 부장이 너한테 어떤 업무를 줬니?"
"희재 씨를 잘 모시고 다니라고..."
민호가 집어던진 재떨이가 김 부장의 명치를 그대로 가격한다. 김 부장, 업무 설명을 잘 해 줘야지. 잘 모시라고 한 게 같이 놀러다니라고 한 건 아니잖아. 부하직원 교육을 그렇게 시켜서야 되겠어?
"대표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잠시 나태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그래. 앞으로 잘 하자. 오래 봐야지. 그치 찬원아?"
집무실을 나온 찬원은 문 앞에 서 있던 희재를 쳐다도 보지 않는다. 보지 못한다.
"아저씨, 나, 친구가 하나도 없어요. 방금 또 한 명 잃었구요. 왜 나는 주위에 사람이 없을까, 왜 사람들이 나한테서 갑자기 사라질까, 왜 나는 결국 혼자가 되는걸까, 곰곰히 생각을 해 봤거든요. "
"희재야."
"아저씨가 나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정말 아저씨 회사 법무팀 직원으로 키우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아니면?"
"아저씨 나 좋아해요?"
나도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지 모르겠단 말이예요. 말없이 책상에 기대 있는 민호의 앞에 다가선 희재가 눈물을 닦고 자신의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한다.
"희재야, 너 이거 지금 뭐 하는거야?"
"생각해보니까 다 아저씨가 한 일이더라고요. 나를 제일 확실하게 묶어둘 수 있는 방법은 이거잖아요. 최소한 그 사람은 같이 구질구질하게 지지고 볶았어도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은 확실했어요. 아저씨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내가 묶여있든 날아가든 하잖아요."
알고 있었죠? 희재는 자신의 왼쪽 가슴 아래에 새겨진 날개 모양 타투를 가리킨다.
"내가 아저씨한테 영웅이 형을 살려달라고 말하지 않게, 도와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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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을 받은 아이의 흰 다리가 자신의 손자국으로 온통 얼룩덜룩하다. 애타게 민호의 목을 끌어안은 희재는 헐떡이는 숨으로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생각해보면 이 세상을 살면서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가 그랬고, 희재를 품에 안기까지가 그랬다. 하지만 어렵게 얻은만큼 변치 않고 남아 있도록 만드는 일은 더 어렵고, 복잡하다. 희재의 가슴부터 허리까지 뻗어있는 날개 문양을 손가락으로 훑으며 나머지 날개 반쪽의 주인을 떠올린다. 한 쌍이어야만 날 수 있다던 전설 속의 그 새는 정말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인지.
-
영웅을 먼저 보자고 한 것은 희재다. 잠을 며칠 못 잔 건 마찬가지인건지 서로의 얼굴이 까칠해 희재는 좀 서글퍼진다. 가뜩이나 못 생긴 얼굴 푸석하기까지 하면 진짜 봐 줄수가 없는데? 농담처럼 던진 말에 영웅이 드디어 웃는다.
“희재야.”
“왜.”
“예전에 너가 나한테 딱 한 가지 해달라고 했던 게 있잖아. 기억 나?”
“어.”
“이게 교도소에서 옛날부터 디게 유행한건데…”
“와 설마 그 동전 갈아서 만든 반지면 진짜 집어치울래?”
희재의 손에 끼워지는 것은 큐빅이 작게 박힌 은반지다. 아직까지 자신의 손가락 사이즈를 너무나 정확히 알고 있는 영웅 때문에 희재는 한번 더 서글프다.
“그때는 나도 변변찮았고, 지금도 뭐 떳떳한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 소원은 들어주고 싶었어. 나, 너 되게 보고싶었어. 그리고 미안해. 그렇게 너 버려두고 가서.”
“형.”
“희재야, 나 너 한 번만 안아보자. 우리 이렇게 만나고 한 번도 껴안아본 적 없는 거 알아?”
영웅의 품에 안긴 채로 희재는 볼멘 소리를 한다. 누가 보면 우리 되게 사이 좋아서 죽고 못 살았던 커플인 줄 알어. 형이랑 나랑 깨먹은 세간살이가 몇 갠줄 기억이나 나니?
“몰라. 그래도 그게 너랑 나랑 사랑하는 방식이었잖아.”
“형 없어지고 나 진짜 죽고 싶었어.”
“나는…나는 어땠겠냐.”
“그리고 형 그렇게 만든 사람도 죽이고 싶었어.”
품에서 떨어진 희재는 또 얼굴이 눈물로 한껏 젖어있다. 언젠간 돌아와 반지를 끼워주겠노라고 다짐하며 살았을 영웅이 안타깝고,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악착같이 민호의 옷자락을 붙잡은 자기도 안타깝고,
“그런데 형, 아저씨가 날 너무 사랑해.”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그렇지 어떻게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민호도 안타까워서 희재는 그저 울기만 한다. 어젯밤의 그는 분명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폭력적으로 저를 안을 수도 있었을 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조심스러웠던 민호의 손길을 기억한다. 사랑해 희재야. 처음부터 말할 걸 그랬지. 잠든 자신의 머리칼을 내내 쓸어주던 투박한 손가락에서는 더 이상 피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아저씨, 다 알고 있어. 그래서 내가 커플 타투 하지 말자고 했잖아.”
“…이거 되게 아팠는데.”
“내가 어떻게 아저씨를 배신해. 나는 진짜 그 때 아저씨가 내 동앗줄이었단 말이야.”
그냥 나 데리고 도망가지 이 멍청아. 무슨 의리를 지키겠다고. 이제 와서 희재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영웅은 우는 희재를 그저 끌어안고 있을 수밖에 없다.
“희재야, 그냥 다른 거 생각하지 말고…오늘은 너랑 나만 생각하면 안 돼? 그냥 너랑 나만, 예전처럼 우리 둘만 이 세상에 있는것처럼 그렇게 있으면 안 돼?”
“임영웅 여전하네. 대책 없는 거.”
한참을 울었던 탓에 씻고 나온 희재의 얼굴은 여전히 아침처럼 부어있다. 익숙하게 영웅의 왼쪽을 차지하고 누운 희재는 자연스럽게 영웅의 팔베개를 베고, 영웅은 익숙하게 모로 누워 희재를 온 몸으로 감싼다. 아무리 더워도 이렇게 떨어질 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잘 먹어서 그런가 군살이 좀 붙었네.”
“그땐 좀 볼품없지 않았어? 삐쩍 곯아가지고.”
“어. 만질 거 많으니까 좋네.”
“진짜 그떄나 지금이나 말 정떨어지게 한다.”
“그럼 말 하지 마.”
희재에게 깊게 입맞추는 것으로 늘 정사는 시작됐었다. 너무나 익숙한 손길이고, 너무나 익숙한 몸짓이고, 심지어 희재를 위로 올리는 타이밍까지 여전해서 둘은 간만에 3년 전으로 돌아간 듯하다고 느낀다.
“안에다 하지 말라고 했지…”
“배 아파?”
“응.”
“이리 와 봐.”
뒤에서 희재를 겹쳐 안고 배를 살살 쓸어주는 영웅의 손길이 따뜻해서 희재는 금새 잠이 든다. 눈을 뜨면 지금 이 순간이 3년 전 그 허름한 영웅의 자취방이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한다.
-
“애는 잘 보냈니?”
다 알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어 영웅은 솔직하게 민호를 대하기로 한다.
“희재는 형이 일부러 날 보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근데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려고요. 형이 희재를 살려준 것처럼 형은 나도 살려준 사람이니까.”
“내가 애 대학은 잘 보낸 것 같아. 똑똑한 애야.”
“애를 데리고 도망갈 생각을 했어요. 다 버리고. 근데 애가 착…솔직히 착하진 않아요 김희재. 나랑 살 때 진짜 하루가 멀다 하고 그릇 깨고 던지고 둘이 주먹싸움만 안 했지… 하여튼, 희재 걔 본성은 착해서 형을 먼저 떠난다고 하진 못 할거예요.”
“그래. 나 희재 놔 줄 생각 없어. 난 처음부터 희재 내 옆에 두기로 했고 뗴어놓을 생각 한 적 결코 없다. 너 나 알지.”
“예.”
“다른 건 다 너한테 양보해줄 수 있어. 이 회사도, 내 자리도. 근데 희재만큼은 내 옆에 두고 싶다.”
형님, 저 한 번만 더 살려주세요.
영웅은 민호 앞에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무릎을 꿇는다.
“형 저는, 희재 없으면 진짜 죽어요. 나 3년 동안 희재 하나만 생각하면서 버텼어요. 형이 하라는 일들 다 할 거고, 가져오라는 거 다 가져올 테니까 희재 다시 돌려주세요.”
“애는 뭐라고 하던?”
“한 번만 더 말없이 사라지면 나도 죽고 다 죽여버릴 거래요.”
“악독하네.”
영웅아, 그러고 희재가 좀 웃었니? 민호는 영웅을 자리에 앉히고 먼지가 앉은 무릎을 가볍게 털어준다. 희재가 웃었냐, 는 질문에 영웅은 고개를 끄덕인다.
“너 영어 잘하냐고 물었을 때 희재가 그렇게 웃는 걸 처음 봤다.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구나, 싶어서 머리가 띵하더라. 아버지 없애줬을 때도 그 집에서 나오게 해 줬을 떄도 학교에 보내줬을 때도 못 봤던 표정인데, 너 놀리면서 정말 진짜 웃음을 웃더라.”
희재에게 ‘완전하고 안전한’ 세상을 주는 것이 민호에게는 사랑이었다. 더 이상 아이가 살려달라고 빌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들어주는 것.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민호의 옆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엄살도 많은 애가 타투를 거기다 했을 정도면 그래 늬들 지독하게 사랑했겠다, 싶었어.”
“...엄살 많아요.”
그런데 희재의 세상을 완전하고, 안전하며, ‘밝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따로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채워주는 것이 민호는 사랑이라고 믿기로 한다.
“희재는…미국으로 보낼 거야.”
“형.”
“따라 가.”
애 로스쿨 뒤치다꺼리 하고, 너도 공부 좀 하다 와. 나름 이사가 학력이 중졸이어서 되겠냐. 민호는 비행기 티켓 두 장을 꺼내 건네준다.
“그 타투, 무슨 뜻인지는 알고 새겼어?”
“비익조래요. 희재가 어디서 보고 알려준건데. 눈이랑 날개가 하나라서 한 쌍이 아니면 날 수도 없고 살 수도 없어요.”
“그러니까… 나는 일석이조잖아. 둘이 같이 날다가 다시 여기로 돌아와.”
그리고 희재한테 전해줘. 평생 이직은 못 할 거라고.
-
“형, 비행기 타면 신발 벗어야 하는 거 알아?”
“아 진짜? 아 그럼 양말을 신고 다니냐?”
“미치겠네 진짜… 내가 어쩌다 이런 인간한테 빠져가지고…”
“잘 생겼잖아.”
잠시 뭐라고 반박하려던 순간 자신의 뺨에 입을 맞추는 영웅이 귀여워 희재는 그냥 웃고 만다. 함께 날아갈 수 있게 된 것이, 꿈만 같다.
“나 찬원이한테 인사하고 가야 하는데.”
“그래. 근데 너희 언제부터 그렇게 친해졌는데?”
“형은 몰라도 돼. 젊은 애들만 아는 게 있어.”
“…민호 형한테도 인사하고 가자.”
“그래야지. 짐은 다 챙겼어?”
“됐어. 가자!
가슴께에 날개를 단 비익조 한 쌍이, 다시 날아오르러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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